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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채사장 작가의 첫 소설 <소마>

by 캉쓰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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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시리즈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채사장 작가가 첫 소설을 내놓았다. <소마>라는 제목의 책이다. 인문학에서 소설로 말하는 방식은 바뀌었지만, 내용은 그동안 채사장 작가가 꾸준히 해왔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줄거리

소마는 태어나던 날 제사장으로부터 신탁을 받았다. 

[젊어서는 세상을 호령하고 늙어서는 깨달음에 이르리라. 대립하는 모든 것이 이 아이의 삶 안에서 모순 없이 뒤섞이리라. 물과 바람과 같고 허공과 같다는 의미에서 아이의 이름을 소마라고 부르라.]

 

작은 부족 마을에서 소마는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평소와 다른 불길한 기운이 마을을 감싸던 날 아버지는 소마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마을에서 떨어진 저수지로 화살을 소아 올리고 화살을 찾아오라고 한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게다. 하지만 소마는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아버지의 말을 명심하거라."

 

저수지는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비를 피해 동굴이 들어간 소마는 기이한 존재로부터 유혹을 받는다. 

[나를 경배하고 제물을 바쳐라. 그럼 너에게 화살을 주리라. 세상을 호령하는 자가 되리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작고 작은 자로 남아서 썩은 나뭇잎처럼 뒹굴다가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으리라.] 

차마 수락할 수 없었던 소마는 빈손으로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은 불타 있었고,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린아이가 엄마 시체 옆에 누워있던 것이 안타까웠는지 엘가나는 소마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곳은 십자가 전재을 따라나선 사람들이 독자적으로 나라를 형성한 곳이었다. 십자군 전쟁 후 400여 년이 지났건만, 이교도를 향한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이가 없는 한나는 남편이 데려온 아이를 잘 보살폈다. 그러나 이교도인 탓에 영주의 아이도 아니고, 하인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서 성인이 된다. 사무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잘 지내던 소마는 온갖 악의로 가득 찬 상황에서 기이한 존재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목소리는 고통의 해방과  영광된 길을 제시한다. 소마는 유혹에 응한다. 그의 화살은 한 걸음 멀어진다.

 

채사장 작가의 첫 소설

정치, 경제, 사회 등을 쉽게 설명하는 인문학 작가로 유명하지만 언제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였다고 한다. 인간의 이야기, 내면의 이야기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좋은 도구를 만나면 도구도 장인도 더 빛이 나는 법. [우리는 언젠가 만나다]의 소년병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사람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작품이 될 것이다.

 

 

내용에 관하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의 서문을 좋아한다. 어린 코끼리를 길들이는 파잔 의식에 대한 이야기다. 채찍질에 지친 코끼리는 자신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영혼을 포기한다. 타인의 목소리에 따르면 안온한 잠자리와 신선한 음식이 제공된다. 채찍을 든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저 생명체를 때리는 데에 옳고 그름의 질문을 던지지 않아야 가족들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서 눈을 돌리는 사람은 자신의 영혼을 직시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우리가 쏘아 올린 화살을 우리는 잘 찾아가고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p.17

"우리 소마는 참으로 신중하고 사려 깊구나. 하지만 고민할 것 없다. 두 개의 보석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보석의 아귀는 빈틈없이 맞아떨어진다. 그것은 하나의 보석이지, 두 개의 보석이 아니다. 눈을 들여다보아라. 아비키야, 바바즈냐, 시트라파다, 그란냐, 드류티. 다섯 신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앉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저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눈을 감고 신들을 보아라. 마음으로 신들이 심연에서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보아라.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입에서 떠난 것, 들숨과 날숨, 따듯함과 차가움을 보지 말고, 보는 자, 듣는 자, 말하는 자, 호흡하는 자, 느끼는 자를 보아라. 다섯 감각의 주인, 체험의 주체, 중심에 앉은 주인공, 단일자를 보아라."

 

 

작가의 말

 

적막한 대지, 차분히 눈 쌓이는 밤,

멀리서 걸어오는 소마를 본다.

허위허위 내 앞을 지나 멀리 사라지는 초라한 등허리를 본다.

숨죽여 그를 따라가며 나는 내내 울었다.

 

여섯 권의 인문학 책을 출간하고, 첫 번째 소설을 준비하며, 

때로는 사실보다 허구가 진실을 드러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언제나 알고자 했던 것은 인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오는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는가.

인문학을 쓰며 나는 인간을 알게 되었고, 

소마의 인생을 따라가며 나는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사랑이 당신에게도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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