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옷장> 아니 에르노 / 신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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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1
오늘 어머니는 또 교회에 가서 내 시험을 위해 기도를 중얼거렸을 것이다. 어머니는 당신의 딸이, 당신의 하나뿐인 딸이 임신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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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은 르쉬르의 낙태에서 시작된다. 그 불쾌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왔는가 회상을 하며 과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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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식료품 가게와 바를 운영하는 집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사랑하는 부모 밑에서 자신의 마을, 자신의 공간에 행복을 느끼고 살았다. 세상이 뒤집힌 것은 사립학교에 들어가면서다. 그곳에서 자신은 가난한 마을에 살고, 배우지 못한 부모와 이웃을 둔 수준 이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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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좋은 세계와 나쁜 세계. 깔끔한 옷차림, 예의범절, 높은 학식, 세련된 취향. 좋은 세계를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곳을 쫓을수록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게 된다. 부모에 대한 원망과 죄책감이 뒤섞이며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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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
- 아니 에르노의 에세이는 읽어봤지만 소설은 처음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도 처음이다. 과거를 얘기하던 중 현재가 끼어든다. 현재를 이야기하는 중에도 다른 생각이 끼어든다. 진입장벽이 높았다. 100페이지 넘어서부터는 오히려 몰입해서 읽었다. 맞다, 이런 감정도 있었지. 그랬었지...... 하고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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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과 수기의 차이는?
-아니 에르노의 첫 소설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서전과 자전적 소설의 차이는 뭘까?
자신의 인생을 소재로 쓰는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소설과 경험의 경계가 없어 보이니까.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쓰다가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기억은 꿈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나 혼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타인을 납득시키려면 형태를 다듬어야 한다. 그때 많은 부분이 깎여나가고 덧붙여진다. 여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소설이 되기도, 수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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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약이다
P. 228
어느 날 아버지가 《저 애가 공부를 계속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더 행복했을 거야》라고 말했다. 나 역시, 어쩌면 그렇다고 생각한다.
- 르쉬르의 불행은 자신과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접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더 좋은 교육을 시키려는 부모의 배려가 독이 된 것이다. 심지어 공부를 너무 잘해서 당시에 높은 계급의 상징인 대학에 진학하고 교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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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쉬르는 배우지 못한 부모와 가난한 마을, 교양 없는 사람들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까? 만일 그들을 긍정한다면 어떤 방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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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옷장
아니에르노
신유진
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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