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문학이라고 하면 따분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시대의 상황을 현대에 사는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 소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때문에 고전 문학을 읽기 위해서는 시대 배경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고전 문학과 친해지기 위해 다르게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내 상황과 기분에 어울리는 책을 골라보는 것이다. 시대가 다르다고 해도 내 상황과 비슷하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라는 소설이 있다. 민음사 버전으로는 489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상황과 연관 지어서 읽으면, 소설 속의 페스트 상황이 놀랄 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코로나가 가장 심각하게 느껴졌던 2020년 4월에 이 책을 읽었다. 전염병 초기 발생 단계의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행동이 놀라울 정도로 현재와 비슷하다고 느끼며 몰입할 수 있었다. 만일 다른 시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 중간에 덮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줄 설명: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전 문학 큐레이션
*장르: 독서 에세이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고전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분
-어떤 고전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분
-다른 사람의 감상이 궁금한 분
-고전이 너무 좋은 분
-이수은 작가님이 좋은 분
저자 소개
이수은 작가는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대학원에서는 현대 시를 전공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20여 년 간 일을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좋아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도 만든 분이다. 그야말로 문학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인 것이다. 왜 고전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이수은 작가는 이렇게 답을 한다. '시류에 영향을 받는 의견들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인간의 본연성을 탐구하는 경이와 감동이 있기 때문'이라고.
고전, 참 좋은데 설명할 길이 없네
책을 읽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누가 고전에 관심을 가질까? 고전 마니아인 이수은 작가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합정역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책이라는 것도 노래나 여행처럼 각자의 마음 상태나 기분에 따라, 또 시절과 형편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 아닌가. 하여, 상황별 맞춤 책을 제안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아주 재미있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사표 쓰기 전에 읽는 책: [레미제라블]
책 속의 문장 p.30
2,476페이지를 읽어 나가는 동안 당신은 자신의 인생, 사랑, 가족, 미래, 사회, 정치, 경제, 도덕, 법과 정의, 신과 종교를 사유할 아주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얼어붙은 심장을 깨부수는 대포와 같은 문장들을 부단히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진보'라고 불러 보라. 그리고 만약 진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것을 '내일'이라고 불러 보라. '내일'은 억제할 수 없게 자신의 일을 하는데, 그 일을 바로 오늘부터 한다. 」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당신은 오늘을 더 뜨겁게 살기로 결심하고 사직서에 서명할 것이다. 또는 내 삶의 혁명기가 아직은 도래하지 않았음을 깨달아 조용히 사표를 찢어 버리고 출근을 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
감상
이수은 작가님과 처음 (온라인에서) 만난 것은 민음사 [레미제라블] 특강에서였다. 프랑스 역사와 동시대 프랑스 작가의 이야기를 곁들인 아주 훌륭하고 인상적인 강의였다. 강의 내용과 별개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를 읽은 독자께서 [레미제라블]을 다 못 읽어서 아직도 퇴사를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 오셨다는 것이었다. 뭘 어쩌긴 어쩌겠어요. 다 읽으셔야죠. 그때까지 사직서는 마음속에 품고 다니는 걸로.
그 외에도 재미있는 큐레이션이 참 많다.
-가슴속에 울분이 차오를 때
-통장 잔고가 바닥이라면
-왜 나만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가
-용기가 필요할 때
-자존감이 무너진 날에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듭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질 때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
-금요일인데 아무런 약속이 없을 때
-남 욕이 하고 싶을 때
-매번 연애가 망한다면
-싸우러 가기 전에 읽어둘 책
-가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명절에 읽는 책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때
-여행 갈 때
-선 베드에 누어서 읽는 책
-장마철에 읽는 책
-불명증에 읽는 책
-폭설로 고립되었을 때
-새로 시작하고 싶을 때
이런 고급 큐레이션을 단도 만 육천 원에 즐길 수 있다. 읽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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