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일본의 위상은 대단했다. 그 단초에는 메이지 유신이라는 근대화 개혁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봉건제도에서 바로 근대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19세기 말까지 미국과 유럽의 몇 개국 정도를 제외하고, 산업혁명과 헌정을 함께 이룬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우리는 흔히 일본과 비교하면서 근대화에 실패한 조선을 비난한다. 그러나 당시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다. 즉, 일본이 특이했던 것이다. 어떻게 일본은 근대화(메이지 유신)에 성공했는지, 정치, 문화적으로 탐색하는 내용이다.
에도 막부의 특징
막부라 함은 사무라이 중심의 군사정권을 말한다. 근대화가 일어나기 바로 직전 일본의 정치체제는 이 막부 체제였다. 한 체제가 끝나고 다음으로 이행하는 과정은 보통 격렬한 부딪힘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에도 막부에서 메이지 시대로의 이행은 이상하리만치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막부의 특징이 근대화의 순행을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도 막부의 특징을 알아보자.
1. 천황 체제를 유지했다.
왕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폐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이다. 그만큼 군사적, 경제적 힘이 막강했다. 그러나 힘이 줄어든 말기에는 유학사상이 대두되면서 존왕, 군주 친정의 요구가 강해졌다. 정권의 정당성은 왕에게 위임받는 형태로 바뀌었다. 만일 왕이 정당성을 회수하면 언제든지 권력을 내려놓아야 하는 권한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마지막에는 자진해서 정치 권한을 천황에게 양도하고 평화롭게 막부 시대는 막을 내린다. (물론 반발 세력이 존재하기는 했다)
2. 양이론자와 쇄국론자의 특이점
일본의 양이론자와 쇄국론자는 사뭇 다르다. 이들이 외국 세력을 배척하려 했던 것은 무조건적인 거부가 아니라 일본의 힘을 키울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즉, 주체적으로 실권을 행사할 능력을 키운 후 세계를 제패하려는 의도였다. 사무라이 세계에서 세계화는 일종의 상대와의 싸움으로 인식된다. 때문에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방식이 적용되었다. 개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양이와 쇄국을 논하면서도 외국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과감하게 시행한다. 메이지 시대로 돌입한 후에 빠르게 서구화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도 파이 싸움인 시대의 흐름을 읽고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었다.
3. 평화의 시대에 꿈을 잃은 사무라이들
에도에 거주하던 사무라이를 일명 샐러리맨 사무라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직업이 사무라이고, 나라에서 봉급을 받으며 생활했다. 전시에는 훌륭한 자원이었던 이들은 평화의 시기에는 존재가 하락한다. 게다가 사무라이는 다른 신분으로 이동이 불가하기 때문에 부유한 상인 계급보다 훨씬 못한 생활을 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빚 독촉을 당하기도 일쑤였다. 무인으로서의 자부심은 하락하고, 신분상승은 꿈꿀 수도 없었다. 에도 말기에 유학이 부상하면서 이 하금 사무라이들은 점차 글을 배우고 공론을 하며 정치 참여에 눈 뜨게 된다. 학당 네트워크가 형성되며 기존 신분제가 약화되고 능력주의로의 이행이 시작된다.
세계적인 정세와 더불어 19세기에 일본에서 힘을 키운 유학이야말로 독특한 일본 근대화의 배경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근대화의 모델이 서구이다 보니 동아시아의 연구도 서구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진정한 의미의 연구가 되기 어렵다. 메이지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학은 힘을 잃지만, 근대로 이행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상
쉽게 쓰여 있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흐름이 읽힌다. 단 일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우에는 용어 부분에서 좌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쇼군의 비서 역할인 '소바요닌'은 말 그대로 곁에 있는 사용인이라는 뜻이다. 일본어를 모르면 이러한 직책을 하나하나 기억해야 한다. '쇼군'도 직역하면 장군이라는 뜻으로, 막부 최고의 직위를 말한다. 하지만 용어는 앞에서 필요한 만큼만 설명하고 넘어가기에 모른다고 해서 보기 어려운 정도까지는 아니다. <국화와 칼>과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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