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이라는 말만큼 허무한 말이 있을까요?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타인을 돌보는 일에 소홀해지게 됩니다. 자신을 챙기는 데에 급급 해지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이기적이고 차별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이 냉혹한 시대에 현명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단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세상에 대한 이해가 얕은 것은 아닐까요? 주위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도 모른 채 말이죠.
선량하고 좋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정작 그럴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1. 사람에 대한 예의
저자: 권석천
출판사: 어크로스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p.7 작가의 말
한국 사회는 조직에 대한 예의, 국가에 대한 예의는 차리라고 하면서 사람에 대해선 건너뛰기 일쑤였습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사람은 고려의 대상에서 빠지곤 했지요. 이제 사람에 대한 예의는 시대를 움직이는 정신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전쟁으로 망가진 도시는 최첨단의 도시로 탈바꿈했습니다. 타국 문화를 받아들이기 급급했던 시대를 지나 타국에서 열광하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많은 것을 얻었지만 이를 위해 버린 것도 적지 않습니다. 결과를 위해 과정에 소홀했고, 그 안에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겉으로는 깔끔하고 멋있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과연 괜찮은 것일까요?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룹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괜찮지 않다면 우리 각자 무언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자는 주변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취해야 할 바름에 대해 고민합니다. 이기적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아닐까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 보세요.
p.320
정의는 늘 불완전하고 삐걱거리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 숨 쉰다. 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향해야 하는 건 결과로써의 정의가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정의다.
2.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김지혜
출판사: 창비
웃자고 한 말에 왜 그래?
p.10 작가의 말
나를 둘러싼 말과 생각들을 하나하나 훑는 작업은 마치 세상을 다시 배우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착각이고 신화일 뿐이었다. 누군가가 정말 평등하게 대우하고 존중한다는 건 나의 무의식까지 훑어보는 작업을 거친 후에야 조금이나마 가능해질 것 같았다.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나를 발견하는 일 말이다.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은 "평상적인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보인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불합리한 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이성적인 행동이지만, 익숙함에 젖어서 오히려 그런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미 익숙해져 버린 불합리한 일은 없는지 살펴보아야겠지요. 그동안 무심코 내뱉은 말, 행동이 타인을 억압하지는 않았을까요? 밖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 모두 앞에서 편안하게 말을 하는 것조차 사시은 많은 특권이 부여된 일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핸드폰을 보며 걷는 사람은 자신이 길을 잘 걸어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사실은 앞에서 오는 사람이 멀리서부터 피한 것인데 말입니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이 온전히 자기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타인의 도움 없이 얻은 것은 없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가진 특권을 인식하고 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이었는지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p.48
고정관념은 일종의 착각이지만 그 영향은 꽤 강력하다. 일단 마음속에 들어오면 일종의 버그처럼 정보처리를 교란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사실에 더 집중하고 그것을 더 잘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그 고정관념을 점점 더 확신하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반면 고정관념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고정관념과 충돌하는 사례를 보더라도 고정관념을 바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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