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은 대출을 한 것으로 유명한 <총 균 쇠>의 저자다. 문명과 인류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재레드 다이아몬드답게, <문명의 붕괴>에서는 한때 찬란했지만 사라진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문명의 찬란함을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만 붕괴에 대한 책은 흔치 않아서 색다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도 고도로 발전되어 있고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문명이 사라지는 이유를 탐구하면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가 될지 궁금해진다.
환경 파괴와 문명의 붕괴
어릴 때 '세계 7대 불가사의'류의 책이 있었다. 허허벌판의 이스터 섬에 세워져 있는 모아이 거석, 고대 마야의 훌륭한 도시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등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당시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결과를 설명하려니 외계인이 살다가 때가 되어 지구를 떠났다는 외계 문명설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았고,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은 그것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어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책을 읽고 나면 가슴이 설레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많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커서 고고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런 낭만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인간의 손으로 생태계를 파괴시켜 벌어진 결과에 불과했다.
p.15
우적을 세운 규모에서 그 문명을 세운 사람들의 풍요와 힘이 짐작된다. (중략) 하지만 그들은 사라졌다. 그들이 창조해낸 위대한 구조물만 남겨 놓고서! 한때 그처럼 위용을 자랑하던 사회가 어떻게 붕괴라는 종말을 맞았을까? (중략) 그런데 이런 낭만적인 미스터리 뒤에는 '언젠가 우리도 이런 운명을 맞지 않을까? 오늘 우리가 정글에 감추어진 마야 도시들의 유적을 보듯이 미래의 관광객들이 뼈대만 앙상히 남은 뉴욕의 마천루를 지켜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환경 파괴로 문명이 붕괴된 것을 생태 자살설이라고 한다. 과거의 원인 8가지에 현재 새로운 원인 4가지가 더해져 12가지 위협 요인이 있다.
모든 사회가 환경으로 붕괴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회는 붕괴되지 않고 오랫동안 존속했다.
저자는 환경에 따른 붕괴를 이해하려면 고려해야 할 다섯 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1. 환경 파괴
2. 기후 변화
3. 적대적인 이웃
4. 우호적인 무역국
5.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사회 붕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비교 방법론을 응용했다. 학계의 투 머치 토커답게 열한 가지의 사회를 예시로 들어 아주아주 자세하게 설명한다.
마야는 강우량이 적고 습도가 높아 농작물 생산에 적합하지 않고 저장도 어려웠다. 또한 기후는 토지의 재생산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물도 식량도 부족했다. 삼림파괴가 심해지고 이는 토양 침식을 일으켰다. 왕과 귀족이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 힘쓰지 않고 경쟁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기념물 건립에만 몰두한 것도 마야를 붕괴로 몰고 간 중요 요인이다. 마야의 사례는 문화적으로 가장 발달한 사회도 붕괴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준다.
어떻게 눈앞에 붕괴의 조짐을 보고도 어리석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집단 의사결정의 실패 변수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1. 문제가 발생하기 전 문제 예측의 실패
2. 실제 문제 발생 후 인지의 실패
3. 감지했더라도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의 실패
4.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실패
p. 592 ~ 593
누구나 오랫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핵심 가치가 이제 생존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그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중략) 이와 같은 모든 결정들은 도박에 가깝다. 기존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략) 아마도 한 사회가 생존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가치관을 고수할 것인지, 어떤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대처할 것인지를 현명히 판단하는 데 있는 듯하다.
환경의 파괴와 자원의 고갈은 질병, 전쟁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지금 우리를 가장 괴롭게 하는 코로나도, 난민과 테러리스트도,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나타나는 자연재해도 원인에는 환경이 있다.
우리가 버려야 할 핵심 가치는 자본주의가 아닌가 싶다. 효율과 경제적 이득이 최우선일 때 낭떠러지로 걸어가면서도 발밑을 보지 못하게 막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명의 몰락은 순식간이다. 우리 경제 체제의 유효기간은 몇 년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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