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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커피 일가> 가바야마 사토루

by 캉쓰 2022.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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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일가>라는 이 책은 커피에 관한 책일까, 일가에 관한 책일까? 예상할 수 있다시피 '커피를 파는 일가'의 이야기다. 일본 교토의 한 거리에는 '로쿠요샤'라는 카페가 있다. 무려 70여 년을 운영한 역사가 깊은 장소다. 그 장소를 가바야마 사토루라는 기자가 취재를 다녀왔다. 그곳에 지내는 사람들과 시간을 겪으며 지내온 사건들을 하나로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일본의 노포

일본에서 지내던 시절, 내가 살던 마을은 전통이 오래된 가게가 많은 곳이었다. 역 앞에 있는 가부키 공연장의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아~ 거기 알아요' 하고 대답했다. 길을 따라 걸으면 기모노 가게와 일본 전통의 작은 소품 가게, 일본 고자 가게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업을 이어받은 소바 집 아들과 이자까야 아들이 인사하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가게를 '노포 老鋪'라고 한다. 일본에는 이런 가게들이 많지만 한 가게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교토의 70년 된 카페 '로쿠요샤 六曜社'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자리 잡은 이 카페는 두 개의 층이 이어져 있지 않고,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지하 1층은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바로 바뀌는데 운영하는 사람이 다르다. 손님들은 세 개의 가게가 존재하듯이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단골이 된다.

 

로쿠요샤의 역사

로쿠요샤의 역사는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주에서 만난 창업자 부부인 야에코와 미노루는 일본 패전 이후 만주를 떠나 교토에 자리 잡는다. 만주에 있을 때부터 구하기 어려운 물자를 유통해 카페를 운영했던 미노루는 그곳에서도 카페 사업을 시작한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점점 자리를 잡아가던 때, 건물주가 자신이 그 자리에 카페를 하겠다고 해서 쫓겨난다. 1950년대 일본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존재했구나 씁쓸해지는 부분이다.

 

근처 지하로 이사한 그들은 의외의 행운을 만난다. 카페가 있는 거리가 번화가가 되며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된 것이다. 1950년대에는 예술가와 문학청년들이, 1960년대에는 운동권 학생들이 모이며 북적거렸다. 1970년대에는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기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카페가 된다. 기존의 카페로 손님을 수용하기 어려워지자 마침 비어있는 1층을 인수해 카페를 1층으로 이전한다. 지하 1층은 선술집으로 개조해 밤에만 운영했다. 1970년대부터 아들들이 가업에 합류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술을 좋아하는 첫째 아들은 지하 1층 바를, 아버지와 성향이 가장 닮은 둘째 아들은 부모님과 같이 지상 1층 카페를, 뒤늦게 합류한 셋째 아들은 지하 1층에서 낮 시간대에 카페를 맡았다. 혈연으로 이어져 있고, 로쿠요샤의 간판은 같았지만, 독립된 곳처럼 운영하면서 지금의 독특한 분위기의 장소로 자리 잡는다.

 

사업 수완이 좋은 미노루이지만 가게 운영에 부침이 적지 않았다. 겉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카페로 보였지만 운영비와 인건비를 빼면 적자인 나날도 있었다. 운영비를 줄여볼 방안으로 직원 수를 줄이고 서비스를 줄일 수도 있었지만, 서비스 원칙이 확실한 미노루는 부업으로 부동산 일으 하며 영업 손실을 메운다.

 

  

소감

[커피 일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카페를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카페 이야기로 생각하고 읽으면 '개인사가 왜 이리 많아?'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1950년에 개관한 로쿠요샤는 올해로 72주년을 맞았다. 이렇게 오래된 가게를 사람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는 창업자의 손자인 군페이가 운영을 이어받았다. 3대에 걸쳐 운영하는 가게가 된 것이다. 잘 나가는 가게를 이어받아 편하게 일하는 금수저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유행은 빠르게 변하고,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취향도 변한다. 멋진 외국계 프랜차이즈가 있는데도 이 가게에 오게 만들려면 역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에서 풍겨오는 일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교토에 가게 된다면 한번 들리고 싶다. 3개의 점 중애 어느 곳으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이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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