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이야기꾼 김영하 작가
2022년 5월 18일 유 퀴즈 온 더 블록 154회에 김영하 작가가 출연했습니다. TV 출연을 자주 하지 않는 작가님이라서 반가웠는데요, 무엇보다 기쁜 것은 9년 만에 신작 소설이 출간된 것이죠.
이 날 소개 멘트는,
9년 만의 신작으로 <오빠가 돌아왔다>
<보고>, <말하고>, <읽는> 모든 것이 서점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 사람>
김영하 소설가
그동안 김영하 작가가 쓴 책의 제목으로 출연자 소개를 해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유 퀴즈에서 소개한 책 중 소설들만 모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빠가 돌아왔다>
2004년 첫 출간된 김영하 작가의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표제작 <오빠가 돌아왔다>는 발간 직후 이산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잇따라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받으며 '문학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였습니다. 한국 문학계에 전무후무한 이력이죠.
처음에는 창비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지금은 복복서가라는 김영하 작가의 아내가 하는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수록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보물선
2. 이사
3. 오빠가 돌아왔다
4. 그림자를 판 사나이
5. 너의 의미
6. 마지막 손님
7. 너를 사랑하고도
8. 크리스마스 캐럴
9. 개정판을 내며
표제작 <오빠가 돌아왔다>도 인상적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림자를 판 사나이>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글이라는 창작의 세계에 매달리며 현실에서 멀어지는 창작자의 고독에 대한 묘사가 와닿았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다면 다양한 작품이 실려있고, 호흡이 짧은 단편집을 추천합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6년 출간된 장편 소설입니다. 문학동네에서 최초 출간 이후, 마찬가지로 복복서가에서 재출간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인 이 문장은 프랑스의 유명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말로 유명합니다. 마약 혐의로 기소된 사강이 법정에서 변론한 말로 화제가 되었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 말이 이치에 맞는가를 판단하는 것과는 별개로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나를 파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심지어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유디트라는 인물입니다. 유디트는 구약성서 외경에 등장하는 여성으로 우리나라 논개와 유사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논개는 일본군 적장을 껴안고 같이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죠. 유디트는 유다 왕국이 앗시리아에 정복당했을 시에 적장을 유인하여 목을 자릅니다. 이 일화는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다양한 그림으로 그려졌습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는 영웅적인 유디트의 모습을 표현한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에 반해 클림트의 <유디트>는 몽환적이고 유혹적인 유디트의 면모를 그렸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사람들의 자살을 도와주는 남자가 화자로 등장합니다. 자살은 파괴인 동시에 해방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유디트는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작품 속 여성들과 호응합니다. 이 관계에 집중하며 읽으면 더욱 다양하고 깊게 즐길 수 있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
문학동네에서 2013년 7월 25일에 출간된 소설입니다. 마찬가지로 복복서가에서 재출간하였습니다.
바로 이 책이 9년 전에 마지막으로 출간된 소설이죠.
살인자의 기억법은 주인공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바로 치매에 걸린 늙은 살인자인 것입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 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첫 문단과, 정말 살인자가 된 것처럼 투사해서 쓴 글이 신선함을 넘어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엄청난 인기로 영화화되었지만, 아쉽게도 영화의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가독성도 아주 좋은 책이니 첫 책으로 이 책에 도전하셔도 좋습니다.
<작별 인사>
9년 만의 신작 소설, 그 대망의 작품은 바로 <작별 인사>입니다. 2022년 5월 22일 복복서가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2020년에 한 번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 구독자를 위한 한정판으로 제작되었던 것이죠. 당시에는 420매 분량이던 원고가 개작을 통해 800매 분량으로 늘었고, 주제도 기존 작품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 작품은 그동안 김영하 작가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내용은 모르고 보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에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한번 읽어보시길 권유합니다.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작품인데, 나는 어느 쪽에 속할지 생각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밀리의 서재에서 여전히 예전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개작본을 읽고 후에 개작 전 작품을 비교해서 읽으면 더욱 깊이가 있는 독서가 되겠죠?
이렇게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나온 김영하 작가의 소설 4권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유명하지만, 그 영향력을 선하게 사용하기로도 유명합니다.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가장 최신의 문물을 독자에게 소개하기도 하고요, 코로나 이후에는 소통이 끊긴 사람들을 위해서 온라인 북클럽을 진행하고 있어요. <김영하북클럽> 5월의 책은 이번 신작 <작별 인사>입니다. 책을 읽고 북클럽에서 같이 나누는 경험을 하면 독서가 더욱 풍성해지겠죠. 관심 있는 분들은 인스타그램에서 '김영하'를 검색하셔서 참여하시면 됩니다. 다음에는 김영하북클럽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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