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파 때문인지 요새 읽으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재미있게 리뷰 올려주시는 인친님들 덕분에 드디어 손에 들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놀랐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을 들으면 관자놀이에 두꺼운 못을 끼워놓은 모습이 저절로 연상이 됩니다. 그러나 괴물을 만든 창조주의 이름이에요. 괴물은 이름 없이 '괴물', '악마'로 불립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을 생각하면 창조주로부터 이름 하나 얻지 못한 괴물의 사정이 딱하게 느껴져요.
◎최초의 SF 소설이다
메리 셸리가 살던 18세기는 모든 부분이 발전하던 시대였죠. 그중 과학의 발전은 특히 눈부셨습니다. 연금술의 시대에서 돌연히 과학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인간의 지성으로 이루어내지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 팽배했죠.
전기를 가하면 죽은 개구리 뒷다리가 움직이는 내용을 과학시간에 배운 기억이 있을 거예요. 당시 갈바니란 사람이 우연히 발견한 현상으로, 전기를 가하면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 시체를 이용해 시험하기도 했어요. 프랑켄슈타인이 새 생명을 창조하는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죠.
◎어느 쪽에 이입할 것인가?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있는 액자식 구조입니다. 총 3장 중 2장은 프랑켄슈타인의 입장을, 한 장은 괴물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입장 → 내가 저지른 일이 통제에서 벗어나 엉망이 되어가는 심경은 어떨까?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대단한 생명창조의 비밀을 발견했고, 인간을 창조한 신의 기분을 느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창조물의 모습은 기괴했고 깊은 혐오감을 느끼죠. 여기에서 신이 홍수를 일으켜 인간들을 다 쓸어버리려고 했던 성경 구절이 떠오르지 않나요?
한 존재가 기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행동하며 실망을 안겨주는 일은 가족 관계에서도 흔합니다. 예를 들어 반항만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경이나, 집안에 한 명씩은 있다는 문제를 일으키는 가족 구성원 등. 다른 존재를 자동차처럼 목적지까지 운전하듯 통제할 수는 없죠.
또 내가 저지른 행동이 일파만파 커지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되는 일에 접목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가 누군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줬다던가 하는.
그리고 과학의 윤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과학은 윤리가 미처 좇아갈 틈도 없이 전에 없던 영역을 개척해 나갑니다. 273 페이지의 "그런 무분별한 호기심으로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 같나요?" 하는 프랑켄슈타인의 말이 인상적이죠. 유전자 조작 등 많은 과학기술을 윤리적 판단을 유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괴물의 입장 → 비우호적인 세상에 던져진 마이너리티 심경
내가 가진 특성이 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존재 자체만으로 배척받는 사회의 약자들, 부당하게 핍박받는 사람들의 입장이 떠오릅니다. 그저 친구가 되었으면 하지만 외모 때문에 철저하게 거부당하는 괴물의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184p. 나는 고독하고 불행합니다. 사람들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오.
이 책의 주요 화자는 윌턴이라는 사람이에요. 북극으로 향하는 항해 길에서 외로워하며 친구를 간절히 원하죠. 괴물 역시 자신을 이해해줄 친구를 간절히 바랐고요. 깊이 이해할 사람을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게 되네요. 주변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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